부족전쟁(Tribal Wars)이라는 게임은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유닛 한명의 생산이 적게는 1~2분, 많게는 10여분이나 걸리고, 건물 생산이나 업그레이드 또한 몇 시간이 걸리는 등 지긋지긋하게 오랜 기간을 인고의 시간처럼 기다려야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보니 다른 게임들처럼 접속하고 있는 시간 동안 바짝 집중하는 형태가 아닌 잠깐잠깐 접속하여 상황 둘러보고 이리 저리 예약 좀 하고 다시 적절한 시간 후에 결과를 체크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플레이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공격을 해야 하거나 공격을 받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경우처럼 타이밍이 중요한 시점도 있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딜레마이기도 한데, 1초 1초 단위의 현황파악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24시간에 걸쳐서 주요 순간엔 꼭 접속을 하고 있어야 하는 필요성도 생기게 마련이다.

대개의 경우 하루 이틀쯤 접속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반면에, 전쟁을 하거나 공격을 받을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경우, 장기간의 미접속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휴가대리(Account Sitting)이라는 기능을 서버에서 제공하고 있다. 휴가대리란 나 자신이 접속할 수 없는 기간(출장이나 나들이, 말 그대로 휴가 등등)동안 내 대신 내 계정을 접속하여 대신 관리를 해주는 사람을 지정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런 기능이 없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리자에게 알려줘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런 기능을 통해 비번 공유 없이도 지정한 대리자에게 계정 접속의 권한이 전달될 수 있다. 물론 본인이 다시 돌아오면 휴가대리 모드를 해제하고 다시 원상복구가 가능하다.

휴가대리를 설정하여 대리자로서 타인의 계정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자기가 새로 관리하게 될 계정의 모든 상황을 확인하고 또 명령을 대신 내릴 수 있게 된다. 심지어는 주고받은 메일 및 로그확인, 공격, 방어, 건물/생산 예약, 그리고 나아가 소속부족의 포럼까지도 조회권한을 얻게 된다. 이러한 권한이양의 문제 때문에 대개의 부족은 타 부족원에 의한 휴가대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타부족원이 휴가대리를 하게 되면 부족 내의 포럼에 게시된 모든 게시물을 읽을 수 있게 되므로 정보유출의 위험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부족 간부는 누가 누구에게 휴가대리를 설정했는지 조회할 수 있고, 또 간혹 타 부족원에게 시팅을 맡긴 부족원을 확인하여 부족에서 추방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은 믿을만한 부족 내 한인 분께 항상 시팅 신세를 지고 있지만, 초창기엔 그냥 부족내 포럼에서 필요할 때마다 아무나 휴가대리 구한다고 적어놓고 맡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맡기다가 피본 사례가 있었다. 연휴기간 동안 지방에 다녀올 일이 생겨서 며칠간 접속을 못할 일이 생기는 바람에 부족내 포럼에 시터를 구한다고 적었는데, OwNeD??? 라는 아이디를 가진 양키 한 명이 자기가 대신 맡아주겠다고 적어서 냉큼 고맙다고 하곤 시터를 지정했었다. 이게 나에겐 불행의 시작이 될 줄 처음엔 몰랐었다.

연휴가 끝난 후에 돌아와서 시팅상태를 종료시키고 계정에 돌아와보니 가관이었다. 일단 그간 위급할 때 쓰려고 아끼고 아꼈던 무료 프리미엄 포인트를 그 놈이 냉큼 써버린 것이다. 마을 개수가 20개 남짓 됐을 때의 일이었는데, 이마저도 관리하기 귀찮았는지 아무 생각 없이 귀한 무료 프레를 엎지른 만행에 첫 번째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두 번째로는 아직 뭔가 진행할 계획이 없는 인근 부족원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감행한 일이었다. 이로 인해 그 해당 부족 다른 부족원에게서 공격을 받게 되었고, 내 풀공마을 한 개가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내 계정을 통해 공격을 받은 어떤 유저 한 명이 메일로 왜 공격하느냐고 물어오는 내용의 답신으로 "프리미엄 포인트를 주면 공격을 그치겠다"라는 어이없는 삥뜯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건 무개념을 넘어 완전히 개판 오분 후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이러한 만행에 대해서 시시콜콜 부족장에게 보고하진 않았지만, 다시 없는 귀한 경험 한가지를 하게 되었다. 즉, 휴가대리를 맡길 때에는 진짜 믿는 사람 내지는 최소한 부족 내의 간부급 책임자에게만 맡기자 라는 교훈이다.

OwNeD???는 진짜 무개념 유저였다. ASBO와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엄청나게 먼 엉뚱한 위치의, 그것도 점령할 가치도 없는 개발도 덜된 마을을 대상으로 엄청난 공격과 노블 웨이브를 보내놓고 도착시간 타이밍에 자신이 엄청 컨트롤이 좋다는 등의 쓸데없는 내용의 게시물로 도배를 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을 한 대가로 부족장에게서 추방당하여 부족원들의 컨슘 대상이 되어버렸다. 자신만 희생되는 것 뿐만 아니라 접는 사용자 한명의 계정을 시팅 맡으면서 해당 계정 또한 같은 희생자로 만들어버리는 어이없는 행동마저 선보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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