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내 모든 공격병력을 쏟아 부어 일거에 생광화 프로젝트의 희생양이 됐던 mooder1 유저로부터 슬슬 손실된 자원과 병력을 수확하기 위해 다시 한번 남은 병력을 이용해서 노획을 시도했다. 지난번에 전멸을 시킨 것도 있고 해서 별달리 선 정찰도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그냥 병력을 보냈는데, 보고 로그 화면을 확인하고는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보고로그 한 통. 그 안에는 나의 귀한 전 공격병력이 깨끗이 전멸된 결과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내 눈을 믿지 못할 광경에 부랴부랴 보유하고 있던 꽤 모여있는 정탐병들을 동원하여 다시금 그 마을로 주섬주섬 정찰을 보냈는데, 어이없게도 그 안에는 꽤 많은 수의 창병과 검병, 그리고 엄청난 수의 무장기마 병력들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생광화를 잘 시켰다고는 해도, refugee임을 알린 결과로 해당 부족에서 방출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불찰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방어병력의 손실은 없었지만 공격병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생산건물에 비해 동줍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내 자원수입 상태에 큰 피해를 입혔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부족 차원의 방어지원을 받고 있는 유저를, 게다가 공격병력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금 뭘 어쩌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이러한 상황을 나름대로 부족포럼에 올리고 열심히 내 상황을 피력했지만, 그다지 도움 될만한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내가 신입 부족원인 데다 점수도 낮고, 다들 공동의 점령 목표에 각자 바쁜 탓도 있었겠지만, 내심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역시 이것도 마찬가지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갑작스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보낸 이는 주변에서 또 다른 고랭커들이 포진한 부족의 한 유저인 dizzydave79로부터 온 내용이었는데, 내용인즉슨,
Sender: dizzydave79
다음의 내용으로 메일을 받았는데, 동맹유저의 입장에서 알려주는 게 좋을 듯 해서 보내는 내용이니 참고하기 바람Sender: infilt
nextream이 우리 부족원을 공격하는 것을 중지시키기 위해 그의 수입원에 지장을 주려고 두 곳의 회광에 일정량의 방어병력을 주둔시켰고, 며칠간 유지시킬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람.
회광은 주인이 없는 마을로, 활발한 플레이어라면 언제나 주변의 회광을 공격해서 쌓여있는 자원을 가져올 수 있는 곳이다. 내 가장 가까운 회광 두 곳에 방어병력을 놔둠으로써 내 공격병력을 소진시키고 수입원을 차단시키겠다는 의미였다. Infilt는 mooder1이 도망쳤던 그 부족의 소속원이었으며, 내 마을 위치와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을을 가지고 있던 어느 정도 점수가 있는 플레이어였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동맹유저라고 이런 정보를 챙겨준 dizzydave79가 꽤 고맙게 느껴졌다. 나는 감사인사의 답신을 보내고, 해당 마을에 약간의 공격병력을 보내서 내가 공격병력이 진짜 얼마 없고, 그나마 이것 때문에 전부 소진되어 버린듯한 상황을 연출했다. 물론 내가 뻔히 알면서도 갖다 박은 병력은 실제 보유한(그 이후로 새로 생산한) 병력 전체에 비하면 보잘것 없긴 하지만, 그런 액션을 취해두면 내가 회생불가 상태일 듯한 인상을 주게 되어, 스스로 회심의 미소를 짓거나 안심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서이다. 만에 하나 내가 또 도발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그 이상의 응징을 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Mooder1은 결국 나에게서 완벽히 도망치는데 성공했다. 나로서는 더 이상 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지금으로선 열심히 근처의 회광들을 좀 더 먹고 힘을 키우는 수밖에는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나는 근처의 회광 한두 개를 집어삼키고 열심히 성장해 가기 시작했다. 물론 dizzydave79와 간혹 안부메일 주고받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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