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평화로운 나날들이 계속 되었다. 아직까진 주변에 마음 편히 약탈 가능한 회광들이 넘쳐났고, 자원이 풍부해지자 보유 마을을 3개에서 4개, 4개에서 5개… 조금씩 늘리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미 5대륙 1위 부족인 PoLS2라는 든든한 부족 실드의 힘이 있기에 주변의 다른 유저들로부터의 일체의 공격 시도 같은 것도 없이 매우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족 포럼에서 갑작스레 우리 부족이 큰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 상대는 최근 패밀리를 형성하여 15대륙과 5대륙에 널리 포진되어 있던 부족들이 통폐합이 되면서 거대 부족으로 급부상한 ASBO. 주로 15대륙에 상당한 밀집도를 보이며 강력하게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었고, 최근에 5대륙으로 일부 유저들이 깊숙히 파고들어 있는 상태였다. 부족 플레이 지도 상으로는 5대륙은 15대륙의 바로 인접한 북쪽에 해당된다.
참고: 부족전쟁은 하나의 세계(World)가 총 100개의 대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둑판 모양으로 좌상단(북서)으로부터 순차적으로 대륙 번호가 매겨지게 된다.
|
0 |
1 |
2 |
3 |
4 |
5 |
6 |
7 |
8 |
9 |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
30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
39 |
|
40 |
41 |
42 |
43 |
44 |
45 |
46 |
47 |
48 |
49 |
|
50 |
51 |
52 |
53 |
54 |
55 |
56 |
57 |
58 |
59 |
|
60 |
61 |
62 |
63 |
64 |
65 |
66 |
67 |
68 |
69 |
|
70 |
71 |
72 |
73 |
74 |
75 |
76 |
77 |
78 |
79 |
|
80 |
81 |
82 |
83 |
84 |
85 |
86 |
87 |
88 |
89 |
|
90 |
91 |
92 |
93 |
94 |
95 |
96 |
97 |
98 |
99 |
5대륙은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게임 상으로 통상 K5라고 표기한다. 세계가 생성되고 처음 유저들이 계정을 생성하면 가장 중앙 부근에서부터 방사형으로 위치가 생성되며, 5대륙 정도에 위치한 유저라면 해당 세계에서 상당히 늦게 시작한 유저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의미하게 된다.
내가 소속은 PoLS2는 PoLS라는 부족의 혈맹 부족으로, 이를테면 동생 부족(sister tribe)인 셈이다. PoLS는 주로 15대륙에 위치하고 있었으므로 ASBO의 본진과 혈투를 벌이게 되었고, PoLS2는 나름대로 5대륙에 침투한 일부 ASBO 멤버들과 교전을 수행해야 했다.
부족 포럼에는 부족의 간부진들이 적절하게 설정한 적 유저와 목표마을을 게시하였고, 모든 소속원들이 해당 목표 마을에 총 공격을 가할 것을 독려하고 있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적정한 공격병력을 보유하지 못한 멤버들은 극소량의 병력을 이용하여 페이크 공격을 쏟아 부어 진짜 공격과 헷갈리게 만드는 역할이라도 기여할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
불행히도, 일전에 지뢰매설 사건에 내게 큰 도움을 줬던 dizzydave79는 ASBO 소속으로, 내 마을들과 거의 딱 붙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접해 있었고, PoLS2의 메인 타겟들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주고받던 메일 중에 안그래도 좀 이상한 내용을 언급하길래 당시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일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그 내용들이 바로 이 상황을 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껏 나에게 도움도 주고, 메일도 주고 받으면서 사이좋게 지내던 유저를 부족 차원의 전쟁이 발발했다고 해도 안면 싹 바꿔서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dave에게 메일로 전쟁이 발발했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우리 관계를 고려해서 공격을 하지 않을 것임을 언급했고, 그는 그에 대해 감사하다는 답신으로 우리의 밀약은 은밀히 성사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활발하려고 노력했던 부족 포럼 내의 커뮤니티 활동의 폭을 대폭 줄였으며,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살펴가며 슬며시 전쟁의 방관자로서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내 마을들이 대륙 상에서도 상당히 변방에 위치되어 있었고, 딱히 dizzydave79 말고는 대치할 만한 상대 부족원이 없었기에 이러한 복지부동이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마침 그 당시 4대륙에서 FBS라는 부족의 부족원으로 나보다 꽤 오래 플레이 해왔던 한국인 유저인 3650님과 알고 지내게 되어, 미국서버에서의 전쟁 양상에 대해서, 마을 단 한 개뿐인 초보자 부족원이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전쟁을 수행하는 국내서버와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른 차이점을 설명 듣고는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24서버에 많이 익숙하지 않고 정세 파악에 미숙한 내 입장에선 현재와 같은 상황은 아무래도 껄끄럽기 그지 없는 상황이었다. 전쟁과는 상관없이 열심히 회광을 약탈, 동전줍기를 생활화 하고 있다 보니 자원은 철철 흘러 넘치는데, 막상 주변 회광을 노블한다면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을 딱 걸리게 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될까 싶어서 말이다. 열심히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면 공격병력이 소진되어 회광 노블은 꿈도 못꾸고 있어야 정상일 테니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조바심 나는 나날들이 며칠간 계속 되고 있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