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에는 꽤 많은 시간을 라디오나 오디오를 들으면서 보냈던 것 같다. 가요든 팝송이든 신곡이 나오면 비교적 금새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였고, 그때 당시엔 유행하는 가수나 곡을 잘 모르는 기성세대가 잘 이해되지 않았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을 만큼 먹어서 소위 말하는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보니,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던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판박이처럼 닮아가고 있음을 내 스스로 많이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하루하루 업무에 치여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호사스런 일이 되어버렸고,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는 것 자체도 꽤나 여유 있을 때가 아니면 평소엔 별로 생각지도 못하는 사치스러운 시간 죽이기 식 일과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어찌됐건 현재는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대는 차로 출퇴근할 때 정도랄까. 희미한 예전 기억에 의존하면 사실 음악을 듣기 좋은 라디오 방송 시간대는 저녁 8시부터 자정 이전까지로 학창시절엔 책상 끄트머리에 걸터앉아서 공부하는 척 즐겨 듣던 황금시간대가 아니었나 싶지만, 저녁 후에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 조차도 전부 내 시간으로 만끽하기 힘든 여러모로 피곤한 위치의 세대가 되다 보니 그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한동안 혼자 생각할게 많아서 출퇴근 시간에 혼자 운전을 하면서도 라디오나 CD를 듣지 않다가 최근에 다시 좀 들어볼까 싶어서 열심히 라디오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라디오 방송의 세계와 담을 쌓고 신경 쓰고 살지 않다가 이제 와서 다시 들어보니 이것 참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듣고 싶은 건 잠시 짬 나는 여유시간에 느긋하게 들을만한 가요였다고.

그 수많은 채널 중 2~30%는 뉴스 채널이다. 쉴 새 없이 칼칼하고 멋없는 목소리의 앵커가 현 정국에 대해서 논설과 발표를 하고 있다. 안 그래도 요새 정치판, 경제판 등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없어서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이라 어지간하면 바로 다음 채널로 돌리게 된다. 뉴스채널을 건너뛰면 중간에 간혹 걸리는 클래식 채널. 안 그래도 과중한 업무로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졸음운전 하고 싶지 않으면 얼른 신나는 노래 나오는 채널로 바꾸자. 다음 타자는 열심히 외국인이 떠드는 영어교육 방송. 나는 공부가 아니고 지금 휴식을 원한다. 마찬가지로 스킵. 이제 슬슬 노래가 나올 만도 한데, 짜증나는 광고시간. 인내심의 한계를 살짝살짝 느끼면서 참고 기다리다 보면 드디어 진행자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내용으로 봐서는 내가 원하는 프로인 듯 하다. 자, 이제 노래 좀 틀어보라고. 아놔, 노래는 나올 생각을 안하고 뭔 놈의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끊임없이 떠들기만 한다. 결국 도착할 때까지 기껏해야 두 곡 들으면 많이 듣는 거다.

옛날에도 설마 이랬나 싶다. 노래 들려주는 방송이라면 당연히 주 컨텐츠인 노래를 많이 들려줘야 할 것 아닌가? 광고 내보내랴, 재미없는 농담 따먹기나 들어주랴, 쓸데없는 시간 다 보내고 나면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몇 곡 안 된다. 나는 FM의 저음질이라도, 시간 쫓겨서 꼬랑지 잘라 먹혀도 좋으니, 제발 음악이 듣고 싶었던 거라고. 이러니 노래방에 가도 부를 노래가 없지.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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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모모 2008/04/22 2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두,, 동감

    제발 그만 떠들고, 음악위주로 방송하는 채널을 찾기를...

    음악방송은 어디에...

  2. deja-vu 2008/06/16 13: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철수 음악캠*가 그나마~ ㅎㅎㅎ

    • nextream 2008/06/26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배철수씨는 그나마 DJ계 인물들 중 몇 안되는 포스~가 느껴지는 인물이죠. 듣다보면 심오한 전문성을 체감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목소리도 좋아서 참 듣기 편한 것도 마음에 들구요.